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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NOBYL – 쇠잔한 아름다움

페이지 정보

진행기간 : 2016-10-17 ~ 2016-11-07
진행장소 :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
참여작가 :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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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아트 갤러리(NaMu modern & contemporary art gallery)가 10월 17일부터 11월 7일까지 우크라이나 문화원과 공동 기획으로 “CHERNOBYL-쇠잔한 아름다움”展을 개최한다. 1986년 4월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사고 후 30여 년이 흐른 현장을 작가 정성태의 시선으로 바라 본 사진 작품 30여 점이 서울에서 처음 선보인다.

 

원전사고로 폐허가 되어, 시간이 멈춘 듯한 체르노빌. 

사고 발생 후, 생명이 살아갈 수 있는 방사능 수치를 회복하려면 900여 년의 시간이 흘러야 한다던 그곳에 ‘자연’과 ‘생명’은 조용하면서도,,  강렬했다. 

 

70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수 만 명의 고통과 슬픔이 스며든 처참한 체르노빌 ‘프리피야트’ 사고 현장에는 지금 그 잔인했던 아픔을 양분으로 삼아 야생동물들과 수 천 가지의 식물들, 그리고 고향을 버릴 수 없었던 ‘사모셜리’가 그날의 아픔을 눈빛 속에 간직한 채 생명을 붙잡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작가 정성태가 여러 번 그 현장을 방문해 현재의 풍경들을 카메라 속에 담아왔다. 사진 속 폐허의 모습과 사모셜리들의 눈빛이 이상하리만치 눈물 나도록 아름답다. 

 

“CHERNOBYL-쇠잔한 아름다움” 은 글로벌 시리즈 프로젝트 전시이다. 기록의 형식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선보여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전시( Breath in Chernobyl 展 2016.04.19- 05.07 ) 에 이어, 공간감이 특별한 나무 모던 앤 컨템포러리 에서는 대형작과, 우크라이나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 그리고 복합적 메시지와 함께 미학적 기준으로도 뛰어난 작품들로 엄선하여 선보인다, 

 

전시는 3가지 큰 메시지,

‘Trace’, ‘Samosely’, ‘Present’로 나뉘어진다 

-흔적(Trace) 

-고향을 떠날 수 없는 애달프지만 강인한 사모셜리(Samosely),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사고 후 30년이 지난 현재(Present)의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의 사람들이 주는 선물(Present). 

 

잔인하고도 애잔하며, 또한 과거 찬란했던 고향에 대한 노스텔지어, 

쇠잔한 현장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이번 전시를 통하여 몽환적이면서도 강력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국 우크라이나 문화원은 이번 전시수익금을 마더스하트( Mothers Heart, 한국 우크라이나 문화원과 우크라이나 국회의원 Mr.티모센코가 체르노빌 원전사고로 유전병에 걸리거나 전쟁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를 후원하는 자선단체) 에 기부하며, 이 뜻 깊은 자리로 우크라이나와 대한민국이 친선을 더욱 도모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Otherworld Breath: The Chronicle of the Apocalypse

Krolikowski Art

 

1986년 4월 26일 밤 그 핵발전소에서 행해졌던 흉악한 실험으로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고, 소련체제라는 실험적 국가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1980년대 말 세계는 이미 기존의 지정학적인 상황에 익숙해져 있어서 정치블록(주: 미국 vs. 소련)으로 나뉜 경계를 당연한 질서로 여겼다. 그러나 부서진 원자로에서 쏟아져 나온 방사능 구름은 사람들이 세운 경계(주: 미·소간 대립으로 인해 세계가 분단된 것을 의미)와 상관없이 전 세계에 방사능비가 되어 내렸다. 인간의 부주의로 원자로에서 악마가 풀린 셈이다. 체르노빌 참사는 동쪽 블록의 지정학적인 경계선을 헐면서, 방사능출입금지 구역과 외부 안전세계라는 새로운 경계를 만들었다.

참사로 인한 주민 강제피난조치에도 불구하고 ‘Samosely'(즉 독립정착민)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사진작가 정성태 씨가 방사능 출입금지구역을 여섯 번 방문하면서, 체르노빌세계에 깊숙이 들어가 유령도시 프리피야트(Pripyat)에서 출입금지 구역에 살고 있는 사람(Samosely)들을 만났다. 정 작가의 사진에는, 외부세계로부터 소외된 채 멈춰버린 시간(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났을 때 또는 중세와 닮은 소련체제 시대의 어느 시간에 멈추었을 것이다)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려준다. 이 사람들은 그들이 떨어져나가고

싶지 않은 소련이 남긴 조각들로 스스로 자기 주위에 보호막을 만들었기에 방사선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진 고향땅에 대한 강한 애착은 외로움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욱 강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체르노빌 삼림지대에 살고 있는 나이든 어린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난 고향 땅을 택하였으며 여기에 남아 충성하였다. 버려진 땅의 상속자들인 그들은 작가 앞에서 그들이 가렸던 베일을 걷어 올렸다.

작가는 체르노빌의 현실을 꿰뚫어 보았을 뿐만 아니라, 부서진 문들과 창문 뒤에서 참사 뒤의 경치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무언가를 발견하였다. 출입이 금지된 영토의 천국과 지옥, 즉 옛 세계의 죽음과 프리피야트(Pripyat)의 역사의 새로운 페이지를 발견한 것이다. 그 사진의 공간은 그냥 배경이 아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벗겨져가는 벽의 페인트, 창을 덮고 있는 서리, 아기가 잤던 침대에 끼인 녹. . . 이 모든 것들이 사진 속 공간을 개인화시켜(주: 공간이 개인의 삶을 그린다는 뜻) 생동감을 부여한다. 망각의 먼지가 모든 밝은 색을 지워버렸다. 작가는 죽어가는 것들의 병약한 창백함을 우리들에게 들추어 보였다. 지하세계의 색들은 먼지 낀 벽의 창백한 페인트로 표현되어 인간세계와 공유한 게 아무것도 없는 그 곳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각 사진들은 방사능 출입금지구역의 들숨과 날숨을 포착하고 있다. 사진의 시각적인 언어는 체르노빌 내 시간과 공간이란 숨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깊은 명상수련을 하듯 이들 숨결을 가만히 의식함으로써 방사능 출입금지구역의 “여기, 지금”이란 현실에 깊이 빠져들 수 있게 된다.

체르노빌의 숨결은 버려진 건물의 휑한 복도에서 나는 희미한 발자국 소리처럼 거의 들리지 않는다. 주민이 살지 않는 땅에서 진행되는 자연의 숨결이다. 다 허물어져 가는 집에서 마지막 날까지 살아갈 노인들의 가녀린 숨결이다. 이러한 그의 사진들을 통해 허약한 인간이란 존재가 소리 없이 쇠퇴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그의 작품 속에 보이는 성화벽 그림 속의 위인들과 오랜 가족사진은 개인의 과거에서 살아남으려고 몸부림치는

버려진 땅에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다. 작가가 찍은 사진 속 영웅들은 인류를 덮친 핵 참사를 부른, 두려움의 시대인 냉전시대의 살아있는 기념물이기도 하다.

『체르노빌의 기도』란 책의 저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여성작가 ‘스베타나 알렠시비치’는 한 인터뷰에서 “체르노빌 사건이 일어나면서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 이전의 세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버려진 세계와 거기에서 살아가는 버려진 노인들은 잊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사진들은 이러한 망각이 인류가 깊게 각인될 때까지 쓴 교훈을 계속 줄 것이라 말한다. 작가 정성태 씨의 프로젝트는 대재앙의 연대기로, 우리 후손들이 바닥없는 우물 속 깊은 곳에 숨겨진 과거라는 시간에서 울려나온 재난의 메아리를 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쇠잔한 아름다움의 울림

 

심 실 원장 / 우크라이나 문화예술원

사람은 살기 힘든 곳에 굳이 거주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체르노빌은 사람이 살기 힘든 곳이라 할 수 있다. 체르노빌의 원주민들은 그럼에도 스스로 고향 땅으로 돌아왔다. 거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한국의 정성태 작가가 사진에 담았다.

정성태 작가의 작품을 통해 나는 쇠잔한 것에도 아름다움이 서려있는 것을 보았다. 이 작품들은 고향을 지켜나가는 체르노빌 원주민들의 숭고함과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정성태 작가의 치열함이 만나 탄생한 것이다. 이번 전시가 체르노빌의 아픔에 대한 공명을 일으키고, 그것을 통해 우크라이나와 한국 간의 친의가 더욱 두터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구본창사진가 /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

 

2015년도 노벨 문학상을 받은 스베를라나 알렉시에비치는 그녀의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에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운명은 한 사람의 인생이고, 역사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나는 운명을 보존하면서 역사를 들려주고 싶다.“

지난 3년간 강의를 들으며 작업을 해온 정성태는 방사능에 오염된 체르노빌과 강제 이주되었던 주민들의 삶을 기록하며 알렉시에비치의 글처럼 그들의 운명, 어쩌면 미래의 우리 모습을 보여준다. 멀고 낯선 지역, 그리고 아직도 접근이 우려되는 지역을 6 번씩 방문 하면서 촬영한 그의 작업은 체르노빌 지역의 고단한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소외된 것들에 대한 그의 관심사가 인류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테마로 발전하게 되어 앞으로의 작업이 더욱 기대된다.

 

 

 

흔적, 그 경계에 서서

작가노트: Jung Sungtae 

 

 

낯선 도시를 향해 무작정 길을 나섰다. 30년전 잃어버린 나의 기억을 찾기 위함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으로 부터 시작하여 사회적인 사건의 모호한 경계에 섰을 때, 나는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었다.

열 다섯 살, 체르노빌과 나의 인연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 비가 오면 나는 또래의 친구들과 밖으로 나가 몸을 적시고, 하늘을 향해 입을 벌려 빗물을 받아들였다. 어느 순간부터 어른들은 우리가 비를 맞지 못하도록 했다. 먼 곳으로부터 날아온 먼지가 빗물에 섞여 내린다는 게 이유였다. 천구백팔십육년 사월 무렵이었다.

내가 체르노빌에 가서 찍은 대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사모셜르(Samosely) 즉 체르노빌의 원주민분들이었다. 이 분들은 강제 이주되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방사능의 위험에도 고향집으로 돌아온 분들이다. 나는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고향, 더는 비를 맞지 못하고 다닌 모든 기억이 사모셜르에게 투사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저지른 큰 재난 속에서도 다시 자라나는 체르노빌의 수풀처럼, 이분들은 자신의 터전에서 견디며 살아가시는 분들이다.

프리피야트Pripyat. 이리저리 쓰러져 있는 의자들, 아무렇게나 열려있는 창문들, 군데군데 벗겨져 마치 생선의 비늘을 연상케하는 빛 바랜 벽지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 위로 두텁게 쌓인 먼지들. 이런 풍경 사이로 유령처럼 방사능이 떠다닌다. 첫 번째로찍은 대상이 사모셜르라는 사람이었다면, 두 번째로 찍은 대상은 프리피야트라는 공간이다. 을씨년스러운 풍경과 만만치 않는 방사능 수치는 마치 우리에게 결코 이러한 일이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방사능이라는 경고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정 성 태    Jung Sungtae  

 

 

경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학과 박사과정
경일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영상학과 석사과정 졸업(MFA)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조경학과 박사과정 졸업(Ph.D.)

 

개인전
2016 Chernobyl-쇠잔한 아름다움, NaMu modern & contemporary, Seoul
2016 Breath in Chernobyl, Shcherbenko Art Centre, Kiev
2012 짙은 그림자, 수화랑
2010 회귀, Space Gachang
2009 빛의 하루展, KBS대구
2007 얼굴Typology, 대안공간 싹
2006 Picturesque Angkor, 대안공간 Space129

수상
2013 대구의 젊은 예술인, 대구예술, 한국예총대구광역시연합회
2010 대구시민회관초대 기획공모전 당선, 대구시설관리공단
2008 제4회 2030청년작가상 수상, 한국사진작가협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출판물
2016 Chernobyl, 눈빛
2016 Breath in Chernobyl, 세르벤코 아트센터, Ukraine
2009 빛의 어두운 면, 푸른세상
2006 Picturesque Angkor, 푸른세상

 

작품소장
주우크라이나대한민국대사관, Kiev
Shcherbenko art centre, Kiev
La Capitale Galerie, Pari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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